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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얘기

차 엔진 수리기

by Blueriver 2015. 7. 23.

제가 작년 이맘때였나… 처음에 차 수리를 하면서 했던 말이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이 글에서 한 소리였는데, 그 때 뭐라고 했냐면 아래와 같습니다.

 

하여간 인터넷 보면 웬만한 작업은 다 유튭이나 기타 포럼 같은 곳에 자세하게 잘 나와있습니다.
조금 뻥 보태서 정보만 잘 찾으면 엔진까지 혼자서 다 들어엎기도 하겠더라구요.

 

근데… 그 뻥 보탠 얘기가 결국 사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OTL

사건의 발단(?)은 작년 9월부터였는데…

언젠가부터 차에서 냉각수가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더군요. 처음엔 그래도 그렇게까지 심하진 않다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특히 날씨가 추울 땐 매일 아침마다 냉각수 통이 텅텅 비어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냉각수부터 채워주는 게 일과가 될 지경이었죠.

이 때문에 냉각수가 일주일마다 한 통씩 들어갔고 (한 통은 대략 4리터쯤 됩니다), 어디 먼 데 갈 때면 냉각수 떨어질 걱정부터 해야 하더군요.
덕분에 차엔 항상 냉각수 통을 넣어두고 다녔구요.

사실 문제가 뭔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헤드 개스킷이라는 게 새는 문제였는데, 이거 수리가 상당히 큰일이라, 딜러 가져가면 $2500 달라고 하고, 개인 정비소 가도 $2000 은 내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이 차 가치가 팔아도 $2500 이나 나올까 말까 한데 (2003년형 Subaru Forester 2.5X 라는 모델입니다) 그 돈 주고 고치는 건 좀… 여러가지로 돈값을 못한다 싶었죠.

게다가 총 주행 거리도 여기 기준으로 15만마일, 한국 기준으로는 대충 24만 킬로쯤 되게 뛰었으니 타이밍 벨트다 뭐가 갈아야 할 게 많았구요. 특히 타이밍 벨트는 느낌상 안 바꾸고 타면 몇 달도 못 넘길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헤드 개스킷 작업을 하게 되면 이것도 다 들어내야 하는 만큼, 할 때 한꺼번에 할 생각이었죠.

 

그러다가… 결국 어찌어찌 매일 아침 냉각수 들어넣으면서 2014년을 넘기고… 2015년에 들어와서도 버티다가 이젠 더 이상 안 되겠다는 느낌이 들 지경까지 왔습니다. 그래서 3울 중순에 결국 과감하게 직접 엔진 들어내서 수리하기로 마음을 먹었죠.
어차피 큰 돈 주고 하긴 아깝고, 그리 주고 한다 해도 추가적으로 해야 할 것까지 감안하면 돈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만큼, 실패하면 그냥 차 내다 버릴 각오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부품이랑 도구 등을 구입했는데…
달랑 헤드 개스킷 뿐 아니라, 엔진 들어내는 김에 웬만한 씰이나 개스킷은 몽땅 다 갈 셈으로 싹 다 구입한 게 대략 $800 들더군요.
추가로, 이런 저런 도구를 구입한 게 약 $500 해서, 총합 $1300 정도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일도 2주 빼고 작업 시작…

car01

제 차 뚜껑을 열면 보이는 상태입니다. 왼쪽에 공기통 하나와 오른쪽에 배터리는 빼낸 상태입니다.

car02

커버도 떼고, 벨트도 하나 뗀 상태…
왼쪽 하단에 보이는 게 파워 스티어링 펌프고, 가운 데 있는 게 얼터네이터, 오른쪽에 아직 벨트가 끼워진 게 AC 컴프레서입니다.

사실 스바루 차가 엔진 문제 빼곤 손 보기 쉬운 편에 속하는데, 이유가 엔진이 아래쪽에 널찍하게 자리잡고 있고, 그 외 것들은 다 그 위에 얹혀져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차들은 컴프레서 수리한다고 차 아래 들어가거나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그렇지가 않죠.

car03

라디에터, 팬 등을 떼어내야 하니 오일과 냉각수를 다 빼내고… (이참에 아래 살짝 보이는 배기 파이프 나사도 빼 두고요)

car04

샤샤샥~ 해서 인테이크 매니폴드랑 파워 스티어링 펌프, 얼터네이터를 다 제거한 상태입니다. 아래 엔진 블럭이 보입니다.
컴프레서는 떼어내려면 냉매를 빼야 하다보니, 옆으로 살짝 치워둘 셈으로 그냥 놔 뒀습니다.

사실 이걸 보면 스바루 차가 안전성 면에서 좋은 점을 하나 더 알 수 있죠.
요즘 차들 보면, 사고 났을 때 뭐가 어찌어찌해서 엔진이 아래로 떨어지기에 엔진이 실내로 밀려들어오지 않는다고 광고를 하기도 하는데…
스바루 차는 원래 엔진이 아래에 있다보니, 앞쪽에서 밀리면 자동으로 차 아래쪽으로 밀려나갑니다.

추가로, 엔진이 아래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차 무게중심도 잘 잡혀있습니다.

car05

어쨌든, 위에 다른 거 다 떼어내고 엔진만 남았으니, 엔진 크레인 대령…
구입 가격은 세일할 때 구입해서 크레인 자체가 $110, 끝에 매달려 있는 사슬 양쪽에 달린 중심 잡는 게 $30 해서 $140 정도였지만…

인간들이 배송할 때 크레인 바퀴 하나를 빼먹어서, 따로 구입하느라 추가로 $10 쯤 더 썼습니다.
이런 거 보내달라고 해도 없었다는 증명을 하기도 복잡한 데다, 설사 보내준다 해도 시간이 걸리니 포기했죠.

도구 비용 중 사실 이게 가장 많이 잡아먹었습니다.

car06

우여곡절 끝에 들어낸 엔진… 막상 들어내고나니 생각보다 작더군요.
근데 주변을 보면 아시겠지만, 위에 크레인 꺼낸 날과는 다른 날입니다.

이게 약 이틀 후였는데, 트랜스미션과 연결된 나사들이 워낙 비좁은 곳에 있다보니 그거 빼느라 엄청나게 고생을 했습니다.
다른 도구가 필요했는데, 당연히 지금 제 차는 이꼴이니, 어머니 오신 후에나 그 차 타고 도구 사러 갈 수 있었죠.
덕분에 도구가 더 필요하면 하루는 그냥 꼴깍.

car07

엔진을 떼어낸 후에 보이는 트랜스미션… 가운데 동그란 건 토크 컨버터입니다.

사실 작업 중 저 토크 컨버터가 살짝 딸려나오는 바람에 조심스럽게 다시 넣긴 했는데… 들어가는 건 제대로 들어갔지만 작업중 충격이라도 갔는지, 차후 트랜스미션 쪽에 문제가 살짝 발생을 했습니다. 다만, 듣자니 스바루 차에선 오래되면 생기는 문제라고도 하는 만큼, 그냥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맛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 문제는 나중에 또 따로 수리할 예정이니 다시 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car08

떼어낸 엔진…
떼어낸 후 타이밍 커버도 떼어서 속이 다 보입니다.

양쪽에 둥그런 기어같은 게 붙어있는 부분이 실린더 헤드입니다.
보통 차들은 엔진이 직립형이라 실린더 헤드가 위쪽에 있는데, 스바루 엔진은 수평형이라 양쪽에 붙어있습니다.

car09

가운데 크랭크축 주변을 감싸고 있는 갈색이 메인 씰이라는 건데…
보니까 딱히 새는 것 같진 않아서 안 갈았습니다.

다음에 오일 체크하다가 새는 게 느껴지면 그 때 가서 타이밍 벨트랑 같이 갈면 되겠죠.

저 씰을 바꾸려면 크랭크 축 아래쪽에 툭 튀어나온 키라고 불리는 부분까지 빼야 하니 귀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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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아래쪽…
왼쪽 부분은 오일 쿨러 씰이라 불리는, 상단에 보이는 오일 필터 끼우는 곳 위쪽에서 오일이 새서 좀 지저분하고…
오른쪽 부분은 냉각수가 새서 또 지저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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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를 떼어낸 후의 엔진 블럭.
속이 좀 검긴 하지만, 상태는 양호하더군요.

그리고 그 위에 있는 철판이 바로 문제의 헤드 개스킷이라는 것인데…

car12

떼어낸 문제의 오른쪽 헤드 개스킷…

가운데 아래쪽을 보면, 길이 나 있는 게 보이시죠?
저게 냉각수가 새는 원인이었습니다…

큰 구멍 주변의 작은 길쭉한 구멍들이 냉각수 통로고, 아래쪽에 길쭉한 큰 구멍이 오일 통로입니다.

뭐, 저걸 보면 오일도 조~금씩은 샜던 모양이긴 하지만, 적어도 매번 오일체인지를 할 때마다 그렇게 심각하게 줄어들진 않았기에 별 문제는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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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어낸 헤드.

그냥 보기엔 시커멓지만, 저정도면 상태는 상당히 양호한 겁니다. 내부에 슬러지는 전무했구요.

다만 저는 저 헤드를 다시 사용하지 않고, 이베이에서 따로 구입한 헤드를 썼습니다.
저걸 다시 쓰려면 엔진과 닿는 표면 부분이 혹시 휘지 않았나 체크해야 하는데, 한 부분부터 다른 부분까지의 높이 차이가 0.05mm 이내가 되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머신 샵에 보내서 돈 주고 표면을 갈아야 합니다.

여기에도 돈이 만만찮게 드는 만큼, 그냥 제 차의 반 밖에 안 뛴 차에서 떼었다는 헤드를 따로 샀죠.
Straight Edge 라는 걸로 체크해보니, 구입한 헤드는 0.05mm 이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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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어낸 김에 청소할 셈으로 들고 나와서 Engine Degreaser 뿌려주고, 나중에 다시 물로 씻어주고…

아래 있는 건 엔진 스탠드라고, 총 도구값에서 $30 을 잡아먹은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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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업이 끝난 상태입니다. 타이밍 벨트도 잘 보면 기어마다 위쪽에 하얀 마크가 딱딱 맞게 위치해 있습니다.
교체한 건 헤드 개스킷, 오일 쿨러 씰, 냉각수 파이프 씰, 워터 펌프, 타이밍 벨트, 그리고 저기 주변에 보이는 동그란 부품들입니다.

저 동그란 것들은 idler pulley 라 불리는데, 상당히 중요한 부품들입니다. 저게 오래돼서 잘 안 돌면 타이밍 벨트도 같이 맛이 갑니다.
그러다가 주행시 타이밍 벨트 끊어지기라도 했다간 엔진 사망이죠.

근데 딜러나 그런 데 가서 하면 저런 건 안 바꾸는 게 대다수입니다…
직접 한 건 이런 부분까지 다 꼼꼼하게 교체하기 위해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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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됐으니 다시 설치… 설치하는 데도 시간 엄청 잡아먹었습니다.
참고로, 가운데 동그란 건 뭔가 이미지 처리의 오류가 아니라, 냉각수 파이프가 라디에터랑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어쨌든 대충 이정도군요.

사실 여기에는 안 적었지만, 구입한 헤드도 직접 분해해서 밸브 다 빼내서 청소하고, 밸브 스템 씰이라는 것도 바꿔주고 했습니다.
이 작업도 상당히 시간을 잡아먹었죠.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충 2주 정도네요.

사실 1주 내로도 할 수 있었지만, 사진을 보시면 중간에 눈이 오기도 했고, 위에 쓴 대로 도구가 없어서 하루이틀 까먹기도 했고… 좀 쓸데없이 시간을 보낸 게 있다보니 예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차 엔진 수리를 마쳤습니다.

마지막엔 사실 많이 불안했습니다. 오히려 더 망가뜨린 거 아닌가 싶기도 했구요.
하지만 다행히 차는 잘 돌았고, 씰도 다 바꿔서인지 이전보다 훨씬 힘도 좋아졌습니다.

이렇게 해서, 다른 데서 하는 것보다 훨씬 싸게 다 고쳤습니다.
사실 부품값이 $800 이나 든 것도, 그중 $200 은 중고 헤드 구입비였고, $60 은 중고 파워 스티어링 펌프 구입비였습니다.
이런 거 구입 안 하고 그냥 있던 거 다시 쓰는 쪽으로 갔다면 부품값은 $600 도 안 됐겠죠.

 

다만 조립 후, 위에서 썼던 트랜스미션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조사해보니 그 문제는 4륜구동에서 뒷바퀴 속도를 조절하는 부분이라더군요.
그 부분이 고장나면 앞바퀴와 뒷바퀴에 가는 힘이 50:50 으로 고정된답니다.

대단한 문제는 아니라 일반 주행중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시피 하지만, 핸들을 확 꺾을 땐 앞바퀴쪽이 뒷바퀴보다 더 많이 진행을 하는 만큼, 이럴 때는 뭔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좀 듭니다. 이것도 나중에 수리할 예정입니다.
사실 현재로서도 느끼는 문제보다는 계기판에서 그 부분에 문제있다고 불 깜박거리는 게 더 신경쓰입니다만 =_=

 

하여간 이 수리를 마치고 지금까지 대충 4달 정도 됐는데 잘 돌고 있습니다.
이쯤 됐으면 뭐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봐도 되겠죠.

솔직히 다시 하라면 꽤 귀찮을 것 같긴 하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제 차 뭐가 어디 붙어있는지 훤히 꿰게 되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