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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활동

플3 수리

by Blueriver 2010. 11. 17.

중고 시장을 둘러보다보면 가끔 굉장히 싼 가격에 물건을 구하기도 합니다.

대체로 잘 쓰다가 고장이 나서 사람들이 그냥 팔아버리려는 물건 중 엄청 싼 것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런 거 수리가 어렵지 않고 비용도 별로 들지 않는다면 사다가 수리 후 다시 팔면 좀 남겨먹을 수 있죠. 그러다보니 저는 플3의 경우 레이저 렌즈가 나간 걸 싸게 살 수 없나 주의깊게 둘러보는 편입니다. 레이저는 보통 이베이에서 한 $40 정도면 사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플3을 누가 디스크를 읽지 못한다면서 $100 에 올려둔 게 있길래 어떤 건지 질문을 한 번 보내봤었는데, 며칠 지나서 잊어버릴쯤 돼서야 답장이 오더군요. 그래서 보니 40기가 버젼이고 하길래 한 번 $80 에 팔 생각 없냐고 보내봤더니 바로 OK 사인이 나와서 그 날 바로 거래를 했습니다.

근데 그 사람이 개가 씹어서 그다지 상태가 좋지 않다며 컨트롤러도 두 개 주더군요.  물론 케이블은 다 포함이구요.
그래서 $80 에 디스크만 못 읽는 플3을 컨트롤러 두 개 포함해서 산 거면 상당히 잘 산 거다 싶었는데…

막상 집에 가져와보니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디스크를 못 읽는 게 아니라, 디스크 자체가 들어가지를 않는다는 겁니다. =_=a

그래서, 집에 있는 맛이 간 플3 한 대가 (또 산 거…) 이거랑 모델이 같기에 이것 저것 테스트를 해 보다보니, 드라이브의 컨트롤 보드가 나갔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맛이 간 플3에서 떼 온 컨트롤 보드를 붙이니 디스크도 잘 들어갑니다.  물론 컨트롤 보드가 달라서 디스크를 인식은 안 하지만요.

드라이브 컨트롤 보드란, 말 그대로 BD-ROM 아래쪽에 붙어있는 기판으로, 렌즈나 디스크 인식 등 드라이브 전반을 담당하는 기판입니다.  그리고 이 기판은 메인보드랑 짝이 되어 있어서, 이 기판이 고장나면 대다수 그 플3은 못 쓰게 되는 물건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 기판을 교체해봤자 바뀐 기판으로는 기기가 디스크를 전혀 인식을 하지 않습니다.  온라인 게임만 한다면 모를까, 실제 게임기로는 의미가 없어지는 셈이죠.

하지만, 유튜브에 보니 이 기판에서 메인보드와 연동되는 칩만을 옮겨붙이는 방법이 있던데…  이게 BGA 칩이라 솔직히 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도 어차피 이 플3은 놔둬봤자 동작만 하지 게임은 못 돌리는 물건이고, 다른 플삼은 어차피 맛이 갔으니 실패해도 본전이다라는 생각에 갖고 있는 장비들로 BGA 칩 바꿔치기를 시도해 봤습니다.

ps3_drive1왼쪽이 정상, 오른쪽이 맛이 간 컨트롤 보드입니다.

저기에서 문제가 되는, 메인보드랑 연동되는 칩은 가장 큰 칩의 오른쪽에 있는 작은 칩입니다.

ps3_drive2 바로 이겁니다.

저게 사진으로 봐서 그렇지, 실제로는 꽤 작습니다.

어쨌든, 히트건으로 한 15초 지져준 후 핀셋으로 살짝 밀어내니 톡 하고 떨어지더군요.  그리고 아래는 떼어냈으니 당연하지만 납이 엉망진창이 된 상태구요.

그래서 인두와 soldering wick, flux 등을 이용해 깨끗하게 남은 납을 걷어내고, 유튜브에 나온대로 납 덩어리를 이리저리 굴려서 원래 접합부에 다시 어느정도 납을 발라줬습니다.  아래는 그 처리가 끝난 상태.

ps3_drive3 깨끗해졌죠?

이거 할 때 사실 첫 경험(?!?!)이라 얼마나 덜덜 떨었는지…
그리고 인두를 오래 대면 칩 자체가 타버릴까봐 조심조심하기도 했고 말이죠.

어쨌든, 기판의 떼어낸 위치 주변을 보면 4군데의 작은 금색부분이 있는데, 이 칩이 거기에 딱 맞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남은 건 방향을 잘 맞춰서 올려놓은 후 다시 히트건으로 지져주는 것 뿐이죠. 어차피 다시 붙인 사진은 떼기 전 사진이랑 동일하니 따로 찍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처음 하는 인간이 제대로 할 리가 없죠. 다시 잘 붙였음에도 드라이브에 붙여서 켜 보니, 이젠 아예 동작 자체를 안 하더군요. =_=a

이전에는 그나마 가끔 절반 정도라도 들어가기라도 했는데, 이젠 아예 들어가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역시 저는 무리구나 하고 이베이에 팔아먹으려 했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해보자는 생각에 다시 칩을 떼어내 봤습니다.

그랬더니 푸헐, 거의 붙지도 않은 상태로, 떼어냈음에도 저 위 저 상태 그대로더군요.  뭐가 붙어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납이 아예 붙지도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판에도 납을 좀 칠해주고, 칩 위치를 정확하게 맞춘 후 (위치가 많이 어긋난 것만 아니면 납이 녹으면서 제자리를 찾는다더군요) 다시 붙여줬더니…

오오오오오, 성공~!!!

다행히 기판이나 칩을 태워먹거나 한 게 아닌, 단순히 납이 부족해서 기판에 제대로 붙질 않았던 문제였던 모양이더군요.  이것 역시 리볼링처럼 solder ball 을 붙여서 쓰면 한 방에 성공했겠지만, 그런 게 없어서 접점에 납을 묻히는 방식으로 했더니 납이 충분치 않았었던 듯.

게다가 컨트롤 보드가 맛이 가서 디스크가 안 들어가는 게 문제였을 뿐, 렌즈 자체는 멀쩡했던 모양입니다. 게임도 잘 읽더군요.
덕분에 렌즈 추가비용도 안 들어서 $80 에 플3을 산 셈이 되었습니다 ^^

어쩄든, 이로써 경험치 상승! 레벨 업입니다!
이쯤되니, GPU 리볼링도 해볼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

진짜 나중에 이베이에서 도구라도 사서 어차피 맛이 간 플3이 하나 있으니 시도를 해 볼까 싶어집니다.

과연 어떨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