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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얘기

집에서 갈비구이

by Blueriver 2011. 11. 23.

미국에 오면 사실 가장 골아픈 것 중 하나가 한국에서 먹던 고기 부위를 미국에서는 찾기 힘들다는 겁니다.

일단 영어로 되어있어서 잘 모르는데다 맞는 부위를 찾았다고 해도 한국에서 써는 것과는 다르게 썰기도 하고, 부위 구분이 좀 다르기도 하고 해서 한국에서 먹던 방식대로 요리를 하기는 어렵다보니 비싸고 냉동 고기임에도 한국 분들은 일부러 한국 가게에 가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죠.

뭐, 저희도 몇 년 전까지는 이랬습니다만, 집 앞 수퍼마켓에서 고기를 엄청 싸게 파는 걸 보고 부위 명칭을 어떻게든 알아내서 그 후로는 세일하는 것들만 골라서 사먹다보니 고기도 싸게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써는 게 좀 다르긴 해도 그 정도야 집에서도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는 레벨이니까요.

그런데 이 갈비만큼은 그게 어렵더군요.

물론 갈비가 없는 건 아닙니다만 아주 통짜로 길죽길죽하게 썬 것이 대다수고, 한국처럼 직각으로 썬 건 거의 없는데다 있어도 엄청 두툼해서 갈비찜으로나 쓸까 싶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나마도 살이 얼마 없어서 갈비찜도 어려울 듯 싶지만요.

그러다가 아는 분이 Sam’s Club 에 한국이랑 비슷한 갈비가 있다 하셔서 가 봤더니 진짜 있더군요. 가격은 파운드당 $4.99. (안타깝게도 사진은 없습니다)

마침 Thanksgiving 도 다가오고 해서 동생 가족도 올 예정이라 어머니가 대략 7파운드를 구입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아는 분께서 재우는 양념 만드는 법도 알려주셔서, 어머니가 만드시는 방법은 따로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그걸 시도해보자는 생각에 하라는 대로 만들어 봤습니다.

kalbi_1

재료는 일단 (여기에 제가 넣은 것 기준) 간장 3컵, 레드 와인 한 컵 반, 설탕 한 컵 반, 간 마늘 5 테이블스푼, 사과 두 개, 양파 세 개, 후추 1 티스푼, 참기름 5 테이블스푼이었습니다.

요리법에 따르자면 설탕과 사과를 더 넣었어야 했지만, 재료 부족으로 거긴 대충 넘어갔습니다.
또한 양파가 아니라 대파를 갈아서 넣으라고 되어 있었지만 대파가 얼마 없었던데다 갈기도 귀찮아서 양파로 땜빵.

그랬더니 대충 위의 사진처럼 되더군요.

배도 넣었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올해는 뒤 배나무에 배가 하나도 안 열려서 (꽃도 안 피었습니다 ㅠㅠ) 배는 못 넣었네요.

kalbi_2

준비한 갈비. 한국식보다 좀 두껍습니다만 그래도 그나마 이게 가장 비슷한 겁니다.

대충 씻어서 커다란 그릇에 담아둡니다. 그런 다음 방금 만든 양념을 부었습니다.

kalbi_3

넣고 적당히 이리저리 휘저은 상태…

요리법에선 지퍼백에 넣으라 했지만 그렇게 커다란 지퍼백이 있지도 않고, 그걸로 하다간 세월아 네월아 걸릴 것 같아서 그냥 대충 했습니다.
이때문에 양념을 필요량보다 훨씬 더 만들었죠. (지퍼백에 넣어서 재울 거면 대충 제가 만든 것의 반 정도면 됩니다)

대충 휘휘 섞은 다음엔, 냄비같은 것에 아래서부터 차곡차곡 쌓아서 넣어줬습니다. 매 층 사이마다 양념을 또 좀 뿌려주고…

kalbi_4

kalbi_5

담고보니 양이 꽤 되네요.

어쨌든, 하루쯤 재워두기 위해 이건 이제 냉장고로.

 

저걸 이렇게 재워둔 후… 다음날 뒤에 있는 덱에서 챠콜 그릴에서 맛있게 구워서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았는데…
……
……
……

 

비가 왔습니다. OTL

 

비가 오면 챠콜이라 불이 붙질 않습니다. 억지로 어떻게 붙일 수 있을지 몰라도 비 오는 날 비 맞아가며 고기 굽는 처량한 신세가 되는 건 좀 그렇더군요.

그래서 결국 프라이팬 행… ㅠㅠ

 

kalbi_6

뭐, 프라이팬에 구웠어도 맛은 괜찮더군요.

하지만 아무래도 기름이 많이 나고 맛도 좀 덜한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챠콜 그릴에 구우면 그거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양념이 된다고 할 정도니까요.

그런데 맛은 조금 짜더군요. 아무래도 설탕과 사과를 덜 넣은 영향이었던 듯 합니다. (제대로 넣으려면 제가 위에 넣은 것의 두 배는 넣었어야…)
또한 요리법에는 물을 조금 섞으라 되어 있었는데 안 넣어서 그런지도 모르죠.

어쨌든 나름대로 맛있게 먹었고, 다음엔 제대로 비가 안 오는 날을 골라서 그릴에 구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