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도 지났고… 그나마 4분기쯤엔 이래 저래 바빠서 글 하나 쓴 적도 없다보니 다시 글 쓰는 것도 뭔가 어색하군요. 그래서 그냥 정리도 해 볼 겸, 작년에 해 봤던 게임 리뷰나 하나씩 해 볼까 합니다.
뭐, 작년에 했던 게임 리뷰라 해도 생각해보면 시간이 별로 없어서 엔딩까지 본 게임 수는 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밖에 안 되는군요.
그런만큼 그냥 가볍게 쓸 생각으로… 일단 가장 최근에 엔딩을 본 스타오션 The Last Hope International Edition (이하 스타오션 TLH) 에 대해 중얼거려보겠습니다
(이미지는 아마존에서 퍼왔습니다)
이 게임은 엑박으로 먼저 나온 후 나중에 플삼판으로 나왔는데, 플삼판에는 일어 음성이 들어간 것 외에도 플삼의 용량 덕분에 엑박처럼 허구헌날 디스크 바꿔대기를 하지 않아도 되기에 $15 라는 싼 가격에 풀린 걸 보고 구입한 게임입니다. 사실 이 게임 전에 Wii 용 제노블레이드라는 게임을 재미있게 했다보니, 또 이런 게임을 해 보고 싶어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어느정도 평가가 좋고 시간이 지나서 가격도 싸기에 구입을 했죠.
그 뿐 아니라, 제가 이전 PS2 용으로 나왔던 스타 오션 3도 상당히 재미있게 했기에 (엔딩은 엉망이었지만) 이것에도 어느정도 기대를 했던 면도 있습니다. 스토리야 변하기 쉬운 부분이지만 게임성 자체는 크게 말아먹을 일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랄까요?
어쨌든 처음 시작했을 때… 게임이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픽은 듣자니 처음 낼 때 열심히 광고한 부분이라는 모양이던데, 그런 만큼 꽤 괜찮은 그래픽이었습니다. 사운드도 어차피 제 막귀엔 다 거기서 거기지만 적어도 안 어울린다는 느낌은 안 들 정도로 괜찮았구요.
스토리는 보아하니 스타오션 시리즈 가장 처음 부분, 인간이 지구에서 우주로 나갈 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 하던데, 어차피 이런 데 판타지 요소는 빠질 수 없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설정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죠.
게임 시스템은 어차피 이런 식의 리얼타임 전투에는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었다보니 큰 어려움은 느끼지 못했고, 적 뒤로 돌아서 두들겨 패는 기술이라든가, 그 외 기타 등등 나름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뭐, 전투시 로딩이라든가 맵 진행시 로딩 등, 좀 걸리는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할 만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게임 전에 했던 제노블레이드의 탓이 큽니다만, 이것에 대한 리뷰는 다음에 하죠)
이쯤에서… 주변 분들이 이 게임에 대한 말씀을 하시는 걸 들었는데, 대다수 “왜 샀니” 였습니다. 저로서는 꽤 할만 한데 왜 그러지? 하는 생각뿐이었지만요.
그리고 첫 번째 행성을 지나고 두 번째, 꼬마 여자애가 동료가 되는 곳에 갔을 때, 그런 생각은 더 커졌습니다. 그곳의 추운 듯 하면서도 쓸쓸한 분위기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거든요. 사와시로 미유키 씨의 일부러 어린애 목소리를 내는 듯한 연기는 좀 거슬렸지만 뭐 그정도는 그냥 웃고 넘어가줄 수 있는 수준이죠.
그런데… 이곳을 지나고 더 진행을 해 가면서, 왜 다른 분들이 그리 말렸는지 점차 이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찌어찌 엔딩을 보고 난 후에는 그 분들의 말씀이 절절히 이해가 가더군요.
이 아래부터는 까대기 일색인데다 내용을 전부 까발릴테니, 이 게임을 그래도 해 보고 싶으신 분께선 보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리며…
까는 것도 일단 작은 것부터.
먼저, 지도 이동이 상당히 짜증납니다. 초반에서조차 좀 멀게 나가면 돌아오는 데 한~~~참 빙빙 돌아야 하고, 그나마도 일방통행인 부분(뛰어내리는 부분 등)을 잘못 지나면 한참을 헤매야 하고… 그런 와중에 세이브 포인트도 몇 없어서 게임을 끝내고 싶을 때 끝내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덕분에 마지막 판에선 3시간 이상 했다가 세이브 포인트가 안 나와서 그냥 끄는 일도 발생했었죠.
물론 주인공의 달리기 스킬이 있긴 하지만 이걸 계속 쓰는 것도 은근히 귀찮은 일인데다, 전투도 많은 편이라 맵을 돌아다니는 거 자체가 상당히 귀찮습니다. 그나마도 한~참 헤매서 겨우 먼 데 까지 갔더니 쓰잘데기 없는 아이템만 덜렁 든 상자 뿐이다~ 면 허탈하죠.
게다가 퀘스트를 받으면 마을 사이를 돌아다녀야 하는데, 이게 또 X하게 멀어서… 도대체 우주선 뒀다 어따 써먹으려고 멀찌감치에 착륙시켜놓고 나머진 걸어서 돌아다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에게 숨기기 위해서라는 변명도, 처음 문명이 있는 행성에 갔을 때 있는대로 다 들키던데, 그 후에도 그냥 멀찌감치 세워놓고 걸어다닙니다. 게다가 나중에 안 보이게 만드는 기술로 숨겨놓고도 멀찌감치 착륙시켜놓고 걸어다닙니다. 뭐냐, 도대체...
마지막 던전까지 가고나면 마을간 텔레포터가 열린다고 하지만, 그 전엔 퀘스트 자체가 고통입니다. 그래서 전 퀘스트는 거의 넘어갔죠.
그 외에도 이런 게임에 흔한 설정 그대로, 기본적으로 맵은 이벤트에 따라서 가는 곳이 조금씩 더 열리고 갈 수 있는 모든 곳은 이벤트와 관련이 있는 곳 뿐 아이템 빼곤 딱히 돌아다닐 이유는 별로 없는 구성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멀리 달려다녀야 함에도 전체 세계는 엄청나게 좁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그다지 넓지 않은 맵을 주인공 크기만 작게 해서 멀리 돌아다니게 만드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작은 방 하나라면 일반적인 사람에겐 엄청 좁겠지만, 그 사람 크기가 1/6 쯤 된다면 이동 거리는 상당히 넓어지겠죠. 다만 이게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라는 게 문제죠.
(참고로, 일반적으로 퀘스트 보상도 상당히 짠 편이라, 할 가치를 느끼기가 힘듭니다)
다음 문제로…
전투가 상당히 짜증납니다.
스타오션 시리즈에는 전통적으로 미발달 행성에서 고급 기술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법이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그 법은 대체로 이 게임 엔딩부에서나 생깁니다. 게다가 처음엔 레일건 신나게 쏴 댔고 말이죠.
뭐, 이게 안 통해서 칼을 썼다는 건 이해가 갑니다만 (어차피 둘 다 물리력인데 어째서 레일건은 막고 칼은 못 막는지 의문이지만, 그건 주인공이 가진 힘 어쩌구로 적당히 넘어가 주겠습니다) 그건 레일건이 안 통했던 적에게나 쓰면 되는 거 아닌가요?
나중에 지구군 복제(?)들은 총을 신나게 쏴대는데 우리의 훌륭하신 주인공께선 칼 들고 휘두른다고 열심히 달려가다가 얻어맞는 꼴 보면 진짜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게다가 전투 시스템도 좀 이상해서, 공중에 떠다니는 적들은 때리기가 엄청 어렵고 또 빠르게 움직이는 적들도 때리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이 두가지가 겹쳐진다면 그냥 얻어맞기만 해야 한다는 의미도 됩니다.
공중을 공격 못 하는 건 아닌데, 움츠린 다음 위로 펀치 비슷한 걸 날리는 모션이 느려 터져서, 느린 적이라도 이 공격 나갈 때쯤이면 저기 멀리 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 공격을 해도 모션이 느려서 적이 뒤로만 이동하고 있어서 안 맞습니다. 그런 와중에 버튼 한 번 더 누르면 콤보 공격 한답시고 맞지도 않는 곳에서 칼을 휘두르고 있다가 얻어터지기 일쑤죠.
그 뿐 아니라, 선제공격시엔 꼭 느려터진 모션으로 적을 공중에 띄우다보니 콤보도 안 맞고 오히려 놓치기 일쑤고…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전투는 짜증밖에 안 나더군요.
칼을 휘둘렀는데 적이 피하는 모션 등을 행해서 미스가 났다면 이해를 합니다. 이건 스탯이 올라가면 해결될 문제일테니까요. 아니면 HIT 스탯을 올리는 아이템을 쓰든가.
그런데 이건 적이 이동하고 있는데 달려가서 적이 이미 지나가고 없는 자리에 콤보 공격이랍시고 칼 휘두르고 있으니… 움직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적 등 뒤조차 칼로 못 때리는 멍청이들이 무슨 우주를 구한다고 난리인지 이해 불가능입니다.
그래도 이 문제들은 약과로… 스토리에 비하면 진짜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른 분들도 스토리를 대차게 까셨는데, 처음엔 뭐 이정도로… 싶었고, 전 이런 쪽은 어느정도 엉망이어도 적당히 넘어가는 면이 있기에 대단치 않게 생각했지만…
이건 정말 대책이 없습니다. 발로 써도 이보다는 더 잘 쓰겠다 싶습니다.
중간에 블랙홀인가에 휘말려서 150년 전 쯤 과거의 지구로 갑니다. 뭐, 여기까진 이해합니다. 전 또 여기서 뭔가 새로운 모험이라도 하려나 했죠. 나름 기대도 됐습니다.
그러더니 좁아 터진 마을에서 이상한 군사기지에 들어가 동료가 되는 애 하나 구하더니, 그 지구를 그냥 말아먹네요? 그것 뿐 아니라 그 지구를 홀랑 말아먹는 힘으로 다시 150년 후의 시간으로 돌아오네요? 그러고는 주인공은 지구를 말아먹었다고 완전히 맛이 갔네요?
…야!
뭔가 큼직한 이벤트를 할 거면 거기에 걸맞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이건 뭐 단순히 나중에 나오는 주인공의 개똥철학에 한 마디 더 보태려고 한 짓 밖엔 안 되더군요. 아, 진짜 황당해서…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_=
마지막 엔딩부는 더 심하더군요.
마지막은 어차피 예상했지만 (뭔가 있을 법 하게 해 놓고 갑자기 사라졌다면 어딘가에서 중요할 때 다시 튀어나올 거라는 건 안 봐도 뻔하죠) 동료였던 애가 마지막 보스로 나오는데…
아니, 뭐, 이런 상황 자체는 이해를 한다 치죠. 근데, 전 우주의 위기라며? 이상한 크리스탈이 전 우주에 뿌려지고 생명체를 강제진화시켜서 이상하게 만든다며? 그래서 주인공들이 우주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근데 그러는 도중 갑자기 동료 하나가 적 보스가 되더니, 이넘 쓰러뜨리니까 우주의 위기 회피??? 장난하냐?
차라리 이넘이 처음부터 흑막이었다면 이해나 가지, 우주의 위기가 한참 진행되고 있는데 갑자기 동료가 적 보스 됐고, 이녀석을 쓰러뜨리니 한~참 전부터 진행되던 위기가 싹 해결??? 그럼 그 전엔 보스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위기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얘긴데???
그리고, 이 넘이 적 보스가 된 이유도, 자기 동포가 너무나 죽어나가니까 그들을 구하기 위해 아예 우주의 생명을 싹 다 죽이자? 개똥철학도 이보다는 낫겠다!
하아…
어쨌든, 돈이 아까워서 어찌어찌 엔딩은 봤지만… 정말 돈이 아깝습니다 =_=
맵 돌아다니는 게 짜증나고, 전투가 짜증나고, 스토리가 짜증나면 도대체 RPG 게임에 남는 게 뭐가 있나 싶습니다.
하여간 엔딩 보고나니 무슨 숨겨진 던전이 열려서 더 강한 적과 무기 등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러는 데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스토리는 끝났는데, 우주의 위기를 가져오는 적들보다 아득~하게 강한 적들과 의미없이 싸워대서 뭘 어쩌라는 건지.
종종 드는 생각인데, 스토리 모드가 끝난 후에 단순히 더 강한 적 가져다놓고 이제 이 적과 싸워서 이겨봐라~ 하는 것 같은 설정을 저로선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차라리 거기에도 어느정도의 스토리성을 넣어둔다면 뒷얘기다 싶어서 해 보겠는데 말이죠. 그래서 전 이런 건 거의 안 하는 편입니다. 스타오션3 때도 엔딩 후 열리는 던전은 건드리지도 않았고 말이죠.
결론은… 이 게임을 하려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적어도 저로선 비추입니다. 제 경우는 제노블레이드를 한 후에 한 거라 더 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기대에 비해 너무나 실망스러운 게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