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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얘기

미국판 또래오래 치킨…

by Blueriver 2011. 2. 12.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미국에도 일단 한국판 양념치킨 브랜드점이 들어와 있긴 합니다.

듣자니 뉴욕에는 교촌도 있고 하다는데… 제가 사는 이 동네에는 또래오래 하나뿐입니다.  메릴랜드 한아름 안에 위치한 것인데…
사실 딱 가서 보면 구석에 또래오래 간판만 걸려있지, 공간 자체는 김치나 기타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찌개거리 모아놓거나 한 곳 사이에 작게 있는 카운터일 뿐입니다.  그나마 그 카운터에도 일반적인 튀김이나 기타 따뜻한 음식들만이 진열되어 있을 뿐이죠.  그냥 주문하면 안에서 만들어 줍니다.

뭐, 사실 가게 자체가 미국 시장 공략 따위가 아니라 한국 사람한테만 팔아먹을 생각으로 만든 거라 그런지, 솔직히 장사도 잘 안 됩니다.
왜 미국 시장 공략이 아닌지는 아래에 쓰기로 하고… 일단 여기선 한국 사람한테만 뭐 팔아먹으려고 하면 망하기 딱 좋죠.  일반적으로 말하는 한국 식품점도 일단 겉으로는 아시아 식품점을 내세워서 일본/중국 그 외 기타 물품도 다 취급합니다.

메뉴는… 아마 한국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대충 프라이드/양념/갈릭 플러스/순살/핫양념 쯤 됩니다.

여기만 그런건지 아님 한국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선 조각 단위로 팝니다.
물론 한조각, 두조각 그런 건 아니고, 7조각 14조각으로 나눠서 파는데, 프라이드는 7조각에 $6.99, 양념은 $7.99 입니다.  14조각은 프라이드가 $13.99, 양념이 $14.99 죠.

어쨌든, 가끔 양념치킨이 땡길 땐 사다먹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사다먹은 건 저기 생긴 이후 딱 5번 뿐이지만요. 근데 오늘따라 왠지 무쟈게 땡기고 거기 갈 일이 있어서 사다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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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인데…
뭔가 거짓말이 많이 보입니다.

”국내산 (얼리지 않은 닭고기)”

…국내산이란 어느 나라를 말하는 걸까요. 아마 한국은 아닐 겁니다.
한국에서부터 얼리지 않은 닭을 가져온다는 건 좀 정신나간 짓임엔 분명하죠.

그리고 치킨 주문전화 1577-9992.
한국으로 주문을 하라는 소린지, 아니면 미국도 어느새 전화번호가 저런 식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걸어봤자 안 될 게 뻔한데 직접 걸어보고 싶다는 충동도 잠시 들더군요.

…한마디로, 한국 박스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게다가 영어는 주소 빼곤 하나도 안 보입니다.  이래놓고 설마 “미국 시장 공략” 이라고 하는 건 아니겠죠?

http://www.hmart.com/company/company_newspaper_content.asp?no=281&...

근데 위의 글에서 백인이 어쩌구 하는 거 보면 일단 미국사람에게도 팔고 싶다는 생각이 없는 건 아닌가 봅니다. 어쩌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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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물입니다.
달랑 무랑 치킨 7조각. 참고로 냅킨은 4장이었습니다. 옛날에는 그래도 작은 소스 봉투라도 하나 더 넣어주더니만 그런 것도 없어졌네요.

조각들은 확인 결과, 다리 하나, 날개 둘, 허벅지살 셋이었습니다.
근데 가슴살은 어디갔나? 이번엔 우연히 빠진 걸까요? 아니면 미국에선 닭가슴살이 제일 비싸니 이건 빼고 파는 걸까요?

하여간 저게 $7.99 이니, 개당 무려 $1 가량 되는 셈입니다 ($1 은 무 가격으로 생각해 주죠)

그런데, 저게 일단 프라이드 넣고 위에 소스만 주루룩 뿌린 겁니다.  뿌린 소스값이 $1 이나 가나봅니다.

아래는 닭 몇 조각을 뒤집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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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위에다만 소스를 뿌렸다보니 아래는 그냥입니다. 뭐 바닥에 남은 소스를 발라먹으니 어떻게든 되긴 했습니다만… 기분이 별로인 건 어쩔 수 없더군요.

맛이야 뭐 그다지 트집 잡을 부분은 없습니다.
어차피 양념치킨이야 한국에서 먹던 맛이 생각나서 먹는 거니 웬만해서는 맛이 없을 리가 없죠.

 

다만, 저 가격…
솔직히 비싸도 너무 비쌉니다.

한국에서야 뭐 이런 저런 이유로 중간단계가 많으니 비싸다고 주장하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긴 합니다.
근데 위에도 적었지만 저건 큰 식품점 안에 있는 거거든요?  바로 옆 고기 코너에서 생 닭다리 및 허벅지살을 파운드당 (450g 정도?) 79센트 정도에 팔고 있습니다.  그거 그냥 사다 튀겨도 무지막지하게 남는 장삽니다.

그런데 저 가격이란 소리는, 아마도 바로 옆 코너에 가서 사 오는데도 사 오는 사람 심부름값 떼고, 밖에 들고 나가서 트럭에 실은 다음 동네 한바퀴 돌고 들어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 “이름값” 으로 닭 한 번 파는데 판매 가격의 50% 정도를 떼 가는 게 아니라면 말이죠.

다만, 저 또래오래가 저기에 “입점”을 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 식품점 내에서 운영하는 건지, 저기서 뭐 산다 해도 식품점 계산 라인에 서서 계산을 해야 하는 거 보면, 저 가격에 사다 쓰는 것 같지도 않지만요.

어쨌든…
결론을 말하자면 미국 시장 공략 따위를 꿈꾸기에는 전혀 준비도 안 되어 있고, 가격도 경쟁력 빵점인데다, 한국처럼 배달 해 주는 것도 아니다보니 그냥 한국 사람들한테나 가끔 한두개씩 팔아먹는 정도 뿐입니다.

그나마도 한국의 한국 사람들을 생각한 가격인지는 몰라도,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사람들은 의외로 생활력이 강해서 좀 짭니다.  저런 더럽게 비싼 치킨을 사다먹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죠.  그리고 저런 거 사다먹을만한 돈 생각 안 하는 사람들은, 사람 바글바글하는 식품점 안에 들어가서 닭 주문한 거 집어다가 라인에 줄 서서 계산 같은 거 안 합니다.  같은 가격이면 더 뽀대나고 맛도 괜찮은 곳이 널렸는데 미쳤다고 저걸 사다먹겠습니까?

게다가 떙긴다고 해도 거리는 사람마다 다를지언정 제 경우 차로 20분 운전하고 가서 또 운전하고 돌아와야 하는데다, 웃기는 게 저긴 저녁 6시 넘으면 더 이상 안 하니…  솔직히 웬만해선 사다먹고 싶은 기분이 들어도 사라질 정돕니다.

게다가, 바로 근처 뷔페 같은 데만 가도 맛 괜찮은 프라이드 치킨이 끝없이 나오고, 다른 음식도 엄청 많은데 가격이 달랑 $8.90 밖에 안 합니다. (음료수 포함 가격입니다.  음료수 빼면 $6.99. 근데 사실 이런 데 가면 프라이드 치킨은 안 먹죠. 다른 맛있는 것도 많은데 뭣하러…)

덕분에 다른 식품점에도 가끔 양념치킨 판매장이 있긴 했는데, 다 망해서 사라졌습니다.  저긴 그나마 식품점 자체에서 하는 걸로 보이니 장사가 되든 안 되든 사라질 것 같진 않지만요.

 

어쨌든, 워낙 땡겨서 오래간만에 한 번 사다먹었지만, 자주 사다먹을 기분은 안 드는 미국판 또래오래 치킨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