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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30년 된 샤프...

by Blueriver 2022. 10. 1.

제가 94년에 미국에 왔는데, 그 때 쓰던 샤프도 가져와서 이곳에서도 뭔가 기록해야 할 게 있으면 써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이걸 사용하고 있죠. 요즘에야 손으로 뭔가 기록을 해야 할 일이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가끔 뭔가 작업중에 빨리 메모를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이만한 게 없다 싶습니다.

그 샤프는 바로 제도 5000 입니다.

정확하게 언제 샀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당시에도 꽤 써서 그립 부분이 벗겨지기 시작한 걸 가져온 거였다보니, 아마 89년에서 91년 사이쯤에 구입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래 써서 그립의 코팅도, 배럴 옆의 글자도 다 지워져서 지금 알아볼 수 있는 글자라고는 클립 주변에 KOREA, MICRO 라고 써 있는 거 뿐이더군요.

그래도 워낙 오래 썼으니 새걸로 사야겠다 싶어서 한국 갈 때 사온 것들도 있긴 합니다. (한국 방문 당시 기준으로도 20년은 썼으니까요)

이런 것들인데...
뭐라고 할까요, 묘하게 느낌이 다르더군요. 단순히 새거라 그런 건가 싶기도 했지만, 뭔가 그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오래 써서 익숙해지면 별 문제는 없을 것 같기도 한데, 샤프가 아닌 일반 연필로도 잘 쓰는 편임에도 이런 것들만 손에 들면 뭔가 미묘~한 위화감 때문에 결국 다시 쳐박아뒀습니다.

전 잘 모르겠지만 들리는 말로는 회사가 마이크로라는 곳이었는데 이후 이마이크로가 됐고 어쩌고 하던데,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군요.

하여간 오래 썼다보니 이젠 그립이 아닌 배럴을 잡고 누르면 그립과 배럴이 살짝 빠지는 문제도 생길 정도로 (플라스틱 배럴의 나사산이 좀 망가졌나봅니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기능 자체는 잘 돌아가다보니 아직 한동안은 현역일 것 같습니다.

근데 평소 별 생각 없이 쓰고 있던 물건에서 갑자기 세월의 흐름을 느낄 땐 기분이 좀 묘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