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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리눅스라...

by Blueriver 2009. 6. 2.
아마 많은 분들이 윈도를 빼고 가장 잘 나가는 OS 를 고르라면 아마 대다수가 리눅스를 말할 듯 합니다. 윈도에 비하면 점유율이 한참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것이기도 하죠.

그런데... 돌아다니다가 아래와 같은 글을 봤습니다.

http://www.idg.co.kr/newscenter/common/newCommonView.do?newsId=56333

간단하게 말하자면, 사람들이 리눅스를 써 보려다가 포기하고 다시 윈도로 돌아가는 7가지 허술한 이유라는 것이죠.
이전에 저 역시 리눅스를 써 보려다가 포기한 경험이 있는데, 그 경험에 비춰볼때, 저 글은 정말 너무나도 황당하고 말 그대로 포기하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리눅스를 잘 다루면서 '왜 이걸 모르지?' 하는 글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한번 좀 반박해 보겠습니다.


1. 리눅스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이 실행 안 되는 문제.
......이건 저기서 나름대로 올바른 해결책을 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냥 윈도 써라 라는 거) 이 이유가 7가지 허술한 이유 중 하나라는 데 짜증이 팍 납니다.
몇년 전, 제 친구 중 한넘이 제가 동영상 캡쳐를 하던 무렵, 제게 리눅스를 권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거기서 동영상 캡쳐를 잘 할 수 있냐고 물으니 그건 아직 안 되지만 다른 게 좋으니까 쓰랍니다.

...이거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필요한 프로그램이 안 돌면 윈도가 아니라 윈도 할배라도 쓸모가 없는 겁니다. 근데 자기한테 필요한 걸 내팽개치고 다른 걸 쓰라구요? 제정신입니까? 그리고 그게 싫어서 그냥 리눅스 안 쓰면 허술한 이유라구요?


2. 잘 동작하던 하드웨어가 리눅스에서 동작 안 하는 문제.
저기서는 마치 윈도에서도 똑같이 그런 문제가 있는 것 처럼 써 놨는데...
당장 가서 자신이 사용하는 카드의 리눅스 드라이버가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잘 나가는 회사라면 어느정도 있겠지만, 보통 찾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하드웨어가 동작 안 한다 = 드라이버가 없다라는 문제로 봐도 되는데, 윈도도 어차피 똑같으니까 PC 는 원래 그런 거라구요?
또한 주변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

듣자니 저 필자는 우분투 가이드 쓴 사람이라는데, 뭐 저정도면 알거 다 알고 나름대로 인지도도 있을테니 물어보면 주변에서 알려줄지도 모르죠.

저는 어땠냐구요? 물어보면 RTFM 이라는 답만 돌아오더군요 (참고로, Read The Fucking Manual - 매녈부터 읽어라 이 XX야).
검색? 말은 쉽죠. 검색한다 해도 자신의 문제에 딱 맞는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고 (게다가 당연한 말이지만 윈도 문제 찾기에 비해 리눅스 문제는 자료가 훨씬 더 적습니다. 지금이야 이전보다 낫다고는 하지만요), 남이 비슷한 질문 한 거 보면 거기에 RTFM 이라는 답글이 달려 있더군요.
이거 정말 기분 더럽고, 이게 제가 리눅스 집어 치운 이유 중 가장 큰 이유입니다.


3. 명령어 입력 문제
저기선 DVD 플레이어 설치로 보이는 예를 들었는데...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없고, 심지어는 명령어로 뭘 쳐야하는지조차 제대로 안 나온 경우가 허다한데 "명령어만 한번 치면 된다." 라니... 명령어에 install 이라 치는지, setup 이라 치는지, 아니면 listentomethisfuckinglinux 라 치는지 누가 압니까.

뭐든지 아는 사람 입장에선 엄청 간단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별 것 아닌 것 같고도 막혀서 쩔쩔 매는 경우가 많은데, 저기선 오히려 그런 단순한 것도 모르냐고 바보취급하는 기분이 드는군요.

이에 비해 디스크 넣기만 하면 알아서 돌아가는 윈도가 사용자를 훨씬 배려한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겠죠.


4. 윈도와 다른 문제
아, 그렇죠. 리눅스는 윈도와 다릅니다. 그렇기에 리눅스에서 윈도와 똑같은 걸 바라는 건 이상한거죠. 이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습니다.

그런데, 다르기 때문에 쓰기가 힘들어서 다시 윈도로 돌아간다는 게 그리 이상한가요?
불평하기 전에 익숙해지라고요? 왜요?

학교 과제 및 회사 업무 관련으로 리눅스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구태여 저런 글이 없어도 익숙해지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저런 글을 쓰는 걸 보면 대상은 보통 '선택' 으로써 리눅스를 시험해 본 사람이겠고, 자기가 쓰기 불편해서 다시 돌아간다는데 거기다 대고 불평 전에 일단 익숙해지라구요? 아마 "왜 익숙해져야만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선결되어야 할 것 같군요. 전 아직도 이런 고생을 해서까지 리눅스를 써야 하는지에 대해 납득을 할 수가 없고, 아마 리눅스를 포기한 다른 많은 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5. 리눅스 커뮤니티 불친절 문제.
위에서도 썼지만, 제가 리눅스를 포기한 가장 큰 문제로, 저 글에서는 뭔가 묻는 사람의 잘못이 큰 걸로 나왔는데...

이래뵈도 저 역시 검색은 당연히 하고 (물어봐서 답 올때까지 기다릴 수가 있습니까? 당연히 검색으로 나오면 그게 더 빠르니 검색 먼저 하죠) 그래도 못 찾겠어서 질문을 했는데 RTFM.
저도 나름대로 이런 저런 커뮤니티에서 활동도 하고 답도 하고 했는데, 분명 똑같은 질문을 검색도 않고 계속 올리는 건 좀 짜증이 납니다. 하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FAQ 를 읽어보라거나, 이미 답이 된 게시글에 링크를 해 주거나 해서 최소한 해결 방법이 있는 곳은 알려주더군요.
근데 RTFM... 해결책이 도대체 어디에?

그리고 저 글 자체부터 리눅스 커뮤니티를 변호하고 그런 커뮤니티 성향은 당연한거니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고개 숙이고 들어와서 기분 안 상하게 조심조심 물어보라는 말투인데... 바로 그런 폐쇄적인 우월의식이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뭐, 물론 제가 리눅스를 쓰려던 건 몇년 전이고 요즘은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같은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있고 그것에 대한 반론이 있는만큼, 요즘도 그런다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군요.


6. 나는 리눅스가 싫어요~
......
리눅스 쓰려다가 저 대사를 읊고 윈도로 돌아오는 사람보다, 리눅스 쓰는 사람 중 "나는 윈도가 싫어요~" 라고 외치는 사람이 수십배는 되덥니다만?

뭔가가 싫다는 데 이유는 필요 없고,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저 위 4번에 나온대로 양쪽 다 장단점이 있을테니 서로의 단점이 마음에 안 들어서일텐데, 이것이 7가지 허술한 이유 중 하나라는 걸 생각하면, 도대체 어느쪽이 더 허술한지 모르겠습니다. 리눅스가 싫어서 윈도 쓰면 허술한 이유고, 윈도가 싫어서 리눅스 쓰면 훌륭한 겁니까?


7. 리눅스를 설치했는데 엉망됐다는 문제.
...... 개인적인 불운이라...
......
웃어야 하나?

당연하지만 컴퓨터 문제는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딱히 리눅스가 아니더라도 윈도든 뭐든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사용자가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른다면 정말 화면에 경고창 하나 뜬 것도 문제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돕니다.

하지만 윈도는 문제가 발생해도 관련 도움을 받기가 쉽습니다. 주변에서 윈도 쓰는 사람도 많을테고, 뭣하면 마소에 전화해도 잘 도와줍니다.

근데 리눅 문제 = 개인적인 불운이니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시도를...

......
......
장난합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도움을 얻으려 했던 경험은 위에 이미 썼으니 다시 쓸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하여간 위의 이유들을 보면, 여러가지로 나눠놓긴 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단 두가지입니다.
1. 리눅스는 처음 접하기 어렵다.
2. 리눅스 유저들의 폐쇄적이고 우월적인 성향 때문에 도움을 얻기가 어렵다.

저기서 제시한 답은 결과적으로 보면 "마음을 가다듬고 재시도를 하든지, 아님 검색하거나 고개 푹 숙이고 조심조심 리눅스 유저 커뮤니티에 물어봐라" 군요.
하여간 제 눈에는 저 글이 실제로 사람들이 겪는 고충은 전혀 모른 채, 아는 사람 입장에서 뭐 그리 간단한 걸 갖고 그러나 하는,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잖아" 수준의 글로밖에 안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요? 게다가 뭔가의 우월의식이 느껴지는 글이라 꽤 기분나쁘군요.

저런 글은 적어도 현재 리눅스 사용자가 아닌, 실제로 리눅스를 쓰려다가 포기하고 윈도로 돌아간 사람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기는 힘들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