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활동

Fantasy Masters 라는 카드게임을 해 봤습니다.

by Blueriver 2009. 3. 23.
사이트는 여기 : http://www.fantasymasters.co.kr/

제가 이 게임을 처음 잡은 건, 이 게임이 막 베타를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당시엔 확실히 여러가지로 미흡한 점이 많았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컨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지고 보면 매직 더 개더링을 흉내낸 것에 불과하다 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차별화하려는 노력도 있었고, 지속적인 업뎃을 통해 밸런스 등의 문제를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도 있어서 당시 여기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유료화를 시작, 카드를 돈 주고 구입해야 하도록 바뀌더군요. 뭐 어차피 게임이 평생 무료일거라 생각지도 않았고, 유료화라 해도 여전히 공짜 카드만으로도 어느정도 게임을 즐길 수 있었기에, 가끔 돈도 충전해 가면서 나름대로 즐겁게 했습니다.

사실 이런 게임의 원조는 어릴적 아마 많은 분들이 한두번쯤은 해 보셨을 서로 숫자 높은 카드를 내서 상대방 카드를 따먹는 식의 게임이 원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런 게임은 상대가 어떤 카드를 낼지 예측해서, 거기에 멋지게 카운터를 넣는 것으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죠. 게임 자체는 너무나도 단순하기 짝이 없었지만요.

이 판타지 마스터즈 역시 초반에는 분명 그런 느낌을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좀 형평성에 어긋난다 싶은 점은 좀 있었습니다. 상대방이 뭘 쓴건지 뻔히 알면서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공격이라든가 말이죠. 그래도 당시엔 각 덱의 특징을 이용해 어느정도 얻어맞으면서도 비슷한 경기가 가능했고, 나름대로 코인운이나 카드운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기도 하는 점이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뭔가를 추가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는지 (물론 업뎃이 없어서야 죽는 거겠지만요) 점점 요상한 리콜을 통해 사람들이 충분히 납득하던, 그 카드로 당하던 쪽에서도 충분히 납득할 정도의 성능의 카드가 리콜되며 성능 다운이 이루어졌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 납득하기 힘든 변화가 조금씩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점점 게임이 질리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인가 손을 떼어버렸죠. 그게 아마 한 5년쯤 전이었을 겁니다.

시간이 흐르며 가끔 사람들이 이 게임을 한다 해도 그냥 그러려니 했고, 계정에 돈을 좀 썼음에도 더 이상 아깝다는 생각조차 없이 잊고 지냈죠.


그러다가 최근, 아는 분이 그 게임을 다시 잡으셨다 해서, 저도 이전 계정도 있고 해서 한번 다시 잡아 봤습니다. 시스템이 달라진 게 많아 상당히 헷갈려서 매뉴얼 보고 공부좀 해야 했습니다만...

문제는, 몇판 해 보고 느낀게, 이 판타지 마스터즈라는 게임의 상태가 상당히 심각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문제란, 이런 게임의 근본적인 즐거움이라 할 수 있는 상대방 카드를 예측해 작전을 짜서 상대방에게 카운터를 날린다는 즐거움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다른 여러가지 문제도 많지만 결국 이 문제로 귀결되더군요.

이런 게임은 아무리 기본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상대방의 어떤 공격에든 방어할 수단이 한가지라도 있는 상황에서야 진정한 머리싸움이 시작되는 법입니다. 예를 들면 상대방의 마법이 파볼인 줄 알고 HP 4 짜릴 앞에 뒀는데 도깨비불이 나와서 죽어 나간다든가... 이런 게 재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측이 맞으면 멋지게 방어하지만 틀리면 죽어나가는 거.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혼합 속성 덱 사용에 대한 페널티나 운용의 문제도 거의 사라졌다시피 하다보니, '특정 조건이 맞으면 적 전멸' 식의 마법이 많아졌더군요 (실제 이런 건 아니더라도 특정 컴보에 따라 비슷한 효과 가능). 그러다보니 이건 이미 그런 작전은 없는 셈이죠.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다음 턴에 상대방에게 되돌려 주거나, 그런 능력이 없으면 지는 것 뿐.

상대방이 어떤 강한 카드를 꺼냈을 때, '헉, 저거 깨려면...' 하고 이런 저런 작전을 생각하게 만드는 게 진정하게 제대로 된 게임이지 '또 저거냐. 이번에도 졌군' 같은 식으로 되는 게임은 적어도 제대로 된 게임이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물론 방어할 수단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돈 많이 펑펑 써서 좋은 카드 많이 가진 '손님' 들을 위한 것이지, 공짜 덱 굴리면서 뭔가 해 보려는 '거지' 들을 위한 것은 아니더군요. 그나마 돈을 들여서라도 쉽게 구할 수 있다면 괜찮은데, 보통 그런 카드들은 인기가 좋다보니 부스터를 수십번 긁어대며 나와주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곘더군요. 대단한 상술입니다.

예전처럼 강력한 마법이라는 게 거의 없을 땐 몸으로 때우는 게 가능했으니 별 문제가 안 됐습니다만, 요즘처럼 사기성 마법이 난무하는 상황에서는 얘기가 많이 달라지죠. 좋은 유닛이나 좋은 아이템, 좋은 마법 같은 거라면 없다고 지는 건 아니니 별 상관 없지만, 저런 가장 '기본' 급에 속하는 것조차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돌려놓다니...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건 원래 목적인만큼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건 솔직히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밖엔 안 듭니다.

오래간만에 다시 잡아봤는데... 결국 접어버려야 하는 걸까요...?

엉성한 시스템 위에 이상한 아이디어만 쳐넣으니 점점 막장으로 치닫는군요.


그럼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