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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얘기

오래간만에 하는 모델링

by Blueriver 2011. 10. 11.

제가 모델링에 손을 안 댄지도 벌써 한 2년이 된 것 같습니다.
아직 쌓인 것도 많고 만들다 만 것도 있는데 왠지 시간이 안 난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기회가 안 난다고 해야 할지… 그렇다고 하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진 건 아닌데 말이죠.

하여간, 그러다가 오래간만에 필요에 의해 모델링을 하게 되었습니다.




……뭐, 정확하게는 리모델링이라고 하는 것 같지만 말이죠. -_-a




아래는 작업중의 사진입니다. (깜박하고 작업 전의 상태는 못 찍었네요)

flooring1

뭐 하는 거냐구요?
1층 거실에 마루를 깔기 위해 카페트를 다 뜯어낸 상태입니다. 피규어나 건프라를 생각하신 분이 계시다면 죄송 (…)

카페트는 거실 전체 + 아래쪽에 검은색으로 자국이 난 곳까지 있었습니다. 어째선지 이쪽은 보시는대로 좀 둥그렇게 깔려 있더군요.

이게 나름대로 겨울에도 따뜻해서 괜찮긴 한데 (적어도 발에 닿는 느낌이 차갑진 않죠) 먼지가 솔직히 너무 심합니다.

어떤 카페트냐면 일단 바로 전 글에서도 게임 박스등을 놓고 찍은 배경이 그 카페트입니다. 다만 1층에 깔려있던 건 회색이었지만요.

어쨌든 이게 아무리 진공청소기를 돌려도 며칠 지나면 다시 먼지가 나고… 게다가 동생네 식구가 가끔 놀러오는데 아무래도 먼지 많은 카페트다보니 애기한테 좀 좋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이참에 마루를 깔기로 결정을 봤습니다.

그런데 원래는 사람을 불러서 깔려고 했는데…
한국 사람은 가격을 터무니없이 부르고 홈디포 같은 곳은 이전에도 그다지 좋은 경험이 없었다보니 (쓰진 않았지만 온수통을 바꾼 적도 있었는데 $450 짜리 온수통을 교체하는데 $1100 인가 든다더군요. 결국 직접 바꿨습니다) 결국 이것도 직접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직접 할 경우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스스로 처리할 수 있을테니까요.

준비물은…

flooring2

먼저,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마루판들.

이게 Laminate Flooring 하고 Hardwood Flooring 두 종류가 있는데, 전자는 합판 위에 나무 사진을 붙인 것으로 가격이 싸고 표면이 튼튼합니다만 아무래도 진짜 나무 느낌이 덜합니다. 그리고 긁히면 그냥 코팅이 벗겨지는 거죠.
후자는 표면이 진짜 나무라 긁혀도 사포질 좀 하고 다시 처리하면 땡이긴 한데, 아무래도 가격이 비쌉니다. 이것도 Engineered Hardwood 와 Solid Hardwood 로 나눠지는데 전자는 합판에 얇은 진짜 나무를 붙인 거고 후자는 통짜 나무더군요.

뭐, 저는 그냥 직접 하기 쉽고 가격상 laminate 으로 선택했습니다만.

그 외에 사진에는 주변 테두리를 두를 몰딩 등도 있습니다.

계산상 1층 전체를 작업하기 위해서는 30박스정도가 필요하던데, 가게에 그만큼 있지도 않다보니 일단 20박스만 구입.
나머지는 하는 도중 더 구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flooring3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당연히 톱…

Table Saw 가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건 없고, 싸구려는 영 문제가 많다기에 그런 걸 사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비싼 걸 살 돈도 없다보니, 적당히 Flooring Saw 라는 것으로 $180 주고 구입했습니다.

이런 작업 전용이라고 나온 거라 그런지 상당히 편하긴 한데, 막상 써보니 좀 불만점도 많긴 하더군요.
각도 조절도 한 방향으로밖에 안 돼서 테두리 자를 때는 해골을 좀 돌려야 합니다 (그래서 친구한테 그런 거 전용으로 쓸 compound miter saw 를 빌려왔습니다)

그리고 마루판을 중간을 자를 땐 편한데, 길게 자를 땐 이게 또 폭이 좀 좁아서 원하는 정도로 자르려면 한 번에 안 되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쓰기 편하니 만족.

사진은 좀 사용 후에 찍은 사진이라 주변에 톱밥이 많이 있습니다.
톱 뒤쪽에 검은 헝겊 자루같은 게 있어서 톱밥을 거기서 받아내게 되어있는데, 나름대로 도움은 됩니다만 그냥 없는 것보다는 나은 정도입니다.
ShopVac 이 있다면 저거 빼고 거기에 끼워서 직접 빨아들이게 할 수 있다는데, 아쉽게도 집에 그건 없어서 그냥 진공청소기 구석 청소하는 꼭지를 붙이고 적당히 대고 작업했습니다만 그래도 그 편이 훨씬 낫더군요.

flooring4

작업중… (바깥은 어둑어둑)

아래쪽에 작게 보이는 검은 조각이 주변 벽에 공간을 두는 물건인데 (나무다보니 아무래도 온도에 따라 팽창/수축을 하니 그 공간을 두는 용도죠) 저희 집 벽은 아래에 마루가 그냥 들어갈 정도의 틈이 있다보니 쓸모가 없더군요.

하여간 인터넷 등에서 보면 참 작업하기 편해 보였는데, 막상 해 보니 문제가 많았습니다.

저게 저렇게 한 장씩 끼우고 맞추면 땡이 아니라, 길쭉하게 한 줄을 다 끼운 다음, 그 전체를 옆 판에 끼워맞춰야 합니다. 사람이 몇 있으면 같이 하면 쉬운데, 혼자서 하려니 이쪽 끼우면 저쪽이 빠지고, 저쪽 끼우면 이쪽이 빠지고… 참 골아프더군요.

특히 처음 두 줄을 붙이는 게 가장 힘들었는데, 이후엔 안 맞는 부분을 망치로 쳐서 끼워맞추면 되지만, 처음 두 줄은 한 쪽 줄을 망치로 치면 다른 줄이 어긋나기도 합니다. 0.1mm 라도 어긋나면 틈이 보이게 되기 떄문에 다른 건 몰라도 이 두 줄 만큼은 정확하게 해야 하죠. 이게 정확하게 맞으면 그 다음 줄부터는 그냥 여기에 맞추면 되니까 훨씬 쉬워집니다.

이렇게 작업에는 총 4일이 걸렸고… (가구 옮기기부터 시작해서 카페트 들어내고, 바닥 정리하고 등등)
아래는 완성 사진입니다.

flooring5

뭐, 진짜 나무가 아니라고는 해도, 다 깔고나니 나름 그럴듯 합니다.

자세히 보시면 아래쪽에 바닥 한가운데를 가르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위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게 아래 나무판 부분과 옆에 비닐 장판같은 게 깔려있는 부분과 높이가 다릅니다.
비닐장판 같은 부분도 다 들어내고 깔면 좋았겠지만, 이건 바닥에 나무가 한 판 더 붙어있어서 이거 떼어내려면 바닥을 톱으로 썰고 해야 하겠더군요. 그래서 포기하고 아래쪽은 그냥 비닐 장판위에 마루를 깔았는데, 그 높이가 다른 부분의 연결부가 저깁니다.

어차피 집에 무슨 휠체어 타고 다니거나 해서 높이가 다르면 곤란한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일단 OK 입니다.

깔고나니… 다음날 아침 집안이 좀 썰렁하더군요.
확실히 카페트가 아니면 집안이 좀 추워지는 것 같긴 합니다. 발에 닿는 느낌도 훨씬 차구요.

여기까지 작업하는데 마루판이 대략 10박스 반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계획을 잘 세웠다면 10박스로 가능했을 듯 하지만…)
문제는 1층이 이걸로 끝이 아니라 이 넓이의 두 배는 되는 응접실이 또 있다는 거죠.

이걸 하는데도 4일이나 걸렸는데 그 쪽은 얼마나 걸릴지…

어쨌든 여기까지 하는 데 든 돈을 계산하면 대략 재료비만 $800 (11박스 + 몰딩 등), 공구비 $200 정도로 $1000 정도네요.
옆 응접실까지 다 하면 총합 $2500 정도 들려나…